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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벗





  • 뜨거운
    크리스마스 선물


    우리 길벗에 매달 재미난 글을 써주시는 오페라 작곡가 지성호 선생과 함께 지리산 자락 동매마을에서 살고 있는 박남준 시인을 찾았습니다. 박 시인은 장작불을 떼는 황토집에서 혼자 살고 있는데 우리 일행에게 앞마당에서 손수 길러 덖은 황차와 살얼음이 감도는 곶감을 내어놓고는 그 옆에 「안녕♡바오」라는 책을 올려 놓았습니다.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안둠빌 마을에서 만난 바오밥나무와 아이들이 시인의 마음을 홀딱 빼앗아버린 것이지요! 시인은 바오밥나무 씨앗을 가져와서 자기 집 앞마당에 심었고, 싹이 나고 자라나는 모습을 보면서 안둠빌 마을의 아이들을 위한 학교를 지어주기로 작정하고는 이 책을 썼다고 하네요. 돌아다니기 싫어하는 시인이 책을 팔러 방방곡곡 열심히 다니는 모습에 감동하고, 그의 살가운 목소리와 따뜻한 마음에 홀려서 작은 힘이라도 되기로 하였습니다.

    여는 시도 박남준 시인의 ‘어린 왕자로부터 새드 무비’를 실었고, 12월호를 준비하고 펴내는 동안 양철 지붕 학교가 지어졌다는 소식을 전해 들으면서 시인의 영감은 글을 통해 귀한 일을 해낼 수 있다는 사실을 보면서 역시 펜의 힘은 강하다는 진리를 다시 확인하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이번 호 민속문화는 ‘꼭두’를 실었습니다. 꼭두 엄마 김옥랑 꼭두박물관장은 어느 날 골동품 가게 한 귀퉁이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던 목각 인형을 보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됩니다. 이후 “나의 삶에 그리고 목각 인형에게 새로운 생명을 찾아주자”라는 생각으로 전국을 찾아다니며 한두 점씩 인형을 모았고, 연구를 거듭한 끝에 ‘꼭두’라는 이름도 찾아줬습니다. 50년을 모으고 길러 온 생기 넘치는 꼭두 1,100여 점을 국립민속박물관에 기증하면서, 기증자의 일생과 한국인의 생명관을 소개하는 기증 특별전 「꼭두」가 만들어졌습니다. 국립민속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내년 3월 3일까지 특별전을 하는데, 시간 내어 가시면 지난 험난한 세월 수많은 사연을 만나는 의미 있는 기회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추위가 시작된 지난 11월 15일부터 내년 3월 15일까지 120일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거리노숙인들을 찾아가는 ‘겨울철아웃리치사역’을 진행합니다. 공원이나 화장실, 지하도나 다리 밑 구석진 곳에서 홀로 겨울을 나는 분들의 동사를 예방하고 주거지원과 자립으로 이끄는 중요한 사역입니다. 따뜻한 응원과 소중한 후원으로 뒷심이 되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올 한해 길벗이 되어주신 모든 분에게 깊이 감사드리며 새해에도 한결같은 마음으로 구독해주시고 응원해주시기 바랍니다.

    이천이십사년 마지막 달
    길벗 발행인 안기성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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