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도 종교도
가을만 같아라!
참으로 무더운 여름이었습니다.
가마솥 찜통더위와 게릴라 장대비가 오락가락하며 온 세상이 더위를 먹고 지칠 대로 지쳐버렸습니다. 팔월 말이 되어도 가실 줄 모르는 더위에 뜨거운 한숨만 나오고 거기에다 혼탁한 정치판이나 권력과 결탁한 일부 사이비 종교인들이 날씨만큼이나 국민을 힘들게 하고 있습니다. 정치와 종교가 사람들을 위로하고 희망을 주는 본연의 사명과 역할에 충실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올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록된 반구대를 직접 보고 싶어서 찾아갔으나 엄청난 폭우로 반구대 일부가 잠기면서 가까이 가지 못하고 멀리서 안타깝게 바라보고는 발길을 돌렸습니다. 대신 ‘대곡박물관’과 ‘반구대 암각화 박물관’에 들어가서 여러 구경을 하며 타임머신을 탄 기분으로 신기한 경험을 했습니다. 억겁의 세월 속에서 수많은 사연을 간직한 ‘반구대’가 손상 없이 잘 보존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한얼 선생이 멋있게 써준 인생역전人生逆轉은 다문화 이주민 여성이 온갖 시련을 이겨내고 국제결혼을 한 후 훌륭한 가정을 이뤄낸 눈물 나게 감동적인 이야기가 숨어있습니다.
쪽물 염색 이야기는 민속문화 전문가 최은수 선생이 나주를 직접 찾아가서 ‘쪽빛 청년 프로젝트’에 동참하고 체험한 쪽물 염색과정을 소상하게 엮어주셨고, 잊혀가는 전통민속문화를 젊은이들이 이어가는 의미 있고 반가운 소식을 담았습니다.
이번 호 ‘힐링투어’는 무더위를 식히기에는 제격인 충주에 있는 ‘활옥동굴’로 들어가 보았습니다. 활옥은 과거에는 화장품 원료와 베이비파우더, 윤활제와 구두약, 세면도구 등 생활용품으로 우리가 흔히 사용하였으나 수입제품에 밀려서 그만 사그라들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이 활석동굴을 명품 관광테마파크로 탈바꿈하여 지금은 많은 사람이 찾는 지역의 대표 관광지가 되었습니다.
인사동 오동나무꽃 KOTE에서 9월 4~7일 나흘 동안 열리는 ‘코트예술제’에 우리 길벗도 초청받았습니다. 월간 길벗 창간호부터 이번 호까지 모두 한눈에 볼 수 있으니 시간 내어 오시면 좋은 기회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현재 거리에 남아 있는 노숙인들은 몸과 마음이 아픈 분들이 대부분이고, 도박과 알코올 의존도가 높은 분들도 적지 않아서 집중적인 전문치료가 필요합니다. 저희 부부가 보호자가 되어 곁에서 돌보고 있는 여성 노숙인과 청각장애인도 많이 좋아지고 있으며 또 다른 가족처럼 생각하면서 계속 함께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한 가정에서 한 명씩이라도 맡아서 관심을 가지고 돌보면 좋겠지만, 결코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정부나 지자체에서 전문적인 사회복지시스템을 통해서 해결해야 하는 중장기 과제 중에 하나겠지요.
갈수록 봄가을은 짧아지고 여름은 더워지고 겨울은 추워지고 있으며, 세상 돌아가는 형편도 날로 험악해지고 있으니 가을만 같아라! 이 말이 실감 납니다. 이번 호에도 함께 해주신 분들께 고마운 마음을 전하며, 우리 모두의 마음에 새털구름 같은 포근함과 푸른 하늘 같은 희망을 두 손 모아 염원하며 시원한 갈바람을 맞이합니다.
이천이십오년 구월
길벗 발행인 안기성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