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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벗





  • 까치와 호랑이처럼
    사이좋게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 덕분에 전 세계가 들썩이고 우리나라로 관광객들이 몰려들어 영화에 나오는 현장을 찾아다니며 사진을 찍느라 북적거립니다. ‘케데헌’에 나오는 호랑이와 여주인공 이미지 사용이 차단되어 있어서 대신 조선 시대 민화 ‘호작도’를 표지로 올렸습니다. 까치와 호랑이가 정겹게 대화를 나누는 것처럼 한가위 추석 명절에 모처럼 만나는 가족과 친지들이 화기애애하게 보내면 좋겠고, 양대 진영으로 갈려 치닫고 있는 보수와 진보도 모두 같은 국민인데 열린 가슴으로 건강하고 합리적인 민주사회를 만들기 위해 마음을 모아가기를 바라며, 남북과 북남도 한글을 사용하는 같은 민족인데 인도적 지원의 문이 열리고 이산가족들이 만나고 평화협정이 이루어지기를 빌어봅니다.

    까치와 호랑이가 사이좋게 서로 마주하는 옛 선조들의 그림이나 구약성경의 예언자 이사야가 노래한 ‘사자들이 어린양과 뛰놀고 어린이도 함께 뒹구는’ 세상, 전혀 어울리지 않고 감히 함께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을 오히려 바라고 희망하고 있습니다. 일제 식민지 치하에서 우리나라의 광복과 독립도 불가능한 것처럼 보였으나 80년 전에 불쑥 찾아온 것처럼 한반도 평화통일도 그렇게 찾아오리라는 열망으로 포기하지 말고 차근차근 준비해야겠지요.

    자랑스러운 한글날을 맞이하네요. 세종대왕이 먼저 간 아내 소헌왕후를 향한 애틋한 사랑가를 한글로 지어서 기린 ‘월인천강지곡’ 인쇄본과 동판이 뉴욕 UN 본부 총회장 입구에 있어서 이번 대통령 방문 때 또다시 화제가 되고 있군요. 우리 말을 지켜내기 위해 ‘조선말큰사전’을 편찬하고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옥고를 치른 이극로, 최현배 선생 등 이름 없이 헌신하신 분들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한얼 선생이 ‘하늘의 소리를 듣는 자 福 있도다’ 멋진 글씨를 써주셨는데 나와 우리를 향한 하늘의 뜻이 무엇인지 귀 기울이면 좋겠고, 진짜 복은 많이 나누며 사는 것이라고 했으니 이번 한가위 명절에도 복을 두루두루 나누시기 바랍니다.

    ‘국내화보’에 전통민화작가 효천 방희원 선생의 작품 <경기감영도>를 특별히 소개했습니다. 방 작가의 이 작품은 자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모든 선을 붓으로 직접 그린 대작입니다.

    이번 호 ‘힐링투어’는 제가 옛 사진을 정리하던 중에 찾은 한 장의 사진 덕분에 멀리 경북 현풍에 사는 친구를 만나러 가는 발길을 따라 글과 사진을 올려보았습니다. 추수가 끝난 들판에서 줄다리기하는 30대 말의 제 모습이 몹시 생소하고 낯서네요.

    ‘운탄고도’ 특집은 여러 해 걸쳐서 많은 분의 도움으로 돌아보았던 440리 석탄길을 정리해서 올렸는데 분량이 많아서 다 올리지는 못했습니다. 독자 여러분이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구석구석 직접 찾아 가보시길 권장하고 싶은 길입니다.

    애연 강근숙 선생이 흰 깃털 섬 ‘백령도’를 다녀왔군요. 인천에서 4시간 고단한 뱃길에 멀미도 하고 고생해서 몸살로 비실거리면서도 귀한 글과 사진을 올려주셨습니다. 백령도 두무진에서 바라보는 건너편에 북녘땅 황해도와 장산곶이 보이는데 장산곶의 매처럼 이 땅의 모든 억지 불의한 세력을 몰아내고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날을 기원합니다.

    유난히 무더웠던 여름이 지나고 드디어 가을인가 했더니 또 금방 추워지네요. 갈 곳 없이 거리에서 떠돌이 생활하는 분들이 벌써 걱정됩니다. 이번 길벗 10월호에도 함께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리며 한가위 명절 복 많이 받으시고 강건하시기 바랍니다!

    이천이십오년 시월
    길벗 발행인 안기성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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